겨울 방학 기간에 <크리스찬 청소년 리더십 캠프>를 끝내고 한 학생을 전철역까지
바래다주었다.
가는 길에 그 학생이 갑작스럽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G3 반으로 진급하면 새벽부터 공부하고, 잠도 못 자고, 공포 분위기 속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하던데요?"
유독 행동이 거칠고 목소리가 큰 그 학생이 따지듯이 나에게 물었다.
'공포 분위기라니.' 순간 피로감이 더해지면서 그 말이 내 신경을 건드렸다. 똑같이
목소리를 높이려고 숨을 고르는데 '호의'라는 단어가 마음에 떠올랐다. 일단 마음을
추슬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나 싶어 고민이 깊어졌다.
이 학생은 어디서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은 것일까? 잠도 많이 못 자고 새벽부터
공부해야 하는 고달픈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 학생의 입장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선배 중에 누군가 새벽부터 일어나
공부하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폼 한 번 잡으려고 잔뜩 어깨에 힘주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그렇지 무슨 대단한 정보인 것처럼
후배에게 일러준다는 것이 그 정도를 지나친 듯했다. 그러다 보니 그러한 상황을
소화하기 어려운 이 학생은 진급도 하기 전에 걱정이 앞섰던 모양이다.
전철역이 가까워졌다. 짧게라도 그 학생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을 말끔히 떨어
없애고 즐거운 마음으로 진급할 수 있도록 다독여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해 주었다.
"어, 아니야. 네가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돼!"
"정말로요?"
"응."
"에이, 안 믿겨요."
"아냐, 정말 그래! 그러니 마음 편히 남은 방학 기간 잘 보내고 와. 학교에서 보자."
"넵! 감사합니다."
그 학생을 보낸 후, G3반에서 진행하고 있는 "코칭"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았다.
현재 G3반 학생들은 모든 시간을 자기 주도 하에 사용하고 있다. 아까 그 학생은
새벽 공부에 대하여 유감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G3반 학생들은 새벽부터
정해진 시간에 자발적으로 일어나 공부한다. 물론 G3반 학생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시간을 촘촘히 관리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새벽"을
깨우기 위해 쏟아부었던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인 결과물이
지금의 모습이다. 어느 날 항상 깨워야 일어나던 학생들이 나보다 먼저 교실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감동이 밀려온다.
그렇게 학생들은 자신의 새벽 시간 얻는 법을 알아가게 되었다.
코치는 학생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치밀한 관리를 한다.
공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학생들과 밀착 상담을 진행하면서 도움을 준다.
코칭의 첫 시작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과
자기 주변 환경을 자각할 때 각성이 일어난다. 그렇게 자각하도록 돕는 것이 코치의 일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새벽을 깨우며 시작했던 날이 어느덧 1년을 지나고 있다.
가끔은 피곤해 보이는 학생들에게 푹 자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싫다고 말하곤 한다.
이제 학생들은 새벽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안다.
학생들이 스스로 체득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강제할 필요가 없다.
새벽을 깨우는 이 학생들이 또 무엇을 자각하고 깨우게 될지 기대되지 않는가?
*글쓴이 : 박옥이 (G3 담당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