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공교육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프러시아의 교육 시스템은 국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 시스템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광산에서 일하는 순응적인 노동자 양성
2. 군대에 복무하는 순응적인 병사 양성
3. 정부에 잘 복종하는 공무원 양성
4. 산업에 잘 복종하는 사무원 양성
5. 국가 정책에 대해 동조하는 시민 양성
18세기 후반, 당시 후진국이었던 프러시아에게 군사력과 경제력 확보는 강대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다. 프러시아의 교육제도는 직업 군인들과 공장 노동자 양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후에 프러시아를 합병한 독일제국은 이를 더욱 발전시켜서 군대식 학교를 세웠고 1,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이 교육제도는 같은 이유로 영국의 공립학교 교육체계를 만드는 데 기여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식민통치와 해방 이후 미 군정 하에서 시행되었다. 한국의 학교 교육은 직업 군인과 공장 노동자 양산이 목적이었던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21세기의 독일 및 그 외의 국가에서의 초등 및 중등 교육은 여전히 프러시아 교육 시스템의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프러시아의 교육 시스템은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다. 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교육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테일러 개토는 그의 저서 <바보 만들기>에서 현대의 교육 체계에 대한 심도 있는 비판과 함께 자신의 교육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현대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학생들을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바보'로 만드는지, 다음 네 가지 문제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첫째, 학생들에게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며 자신의 생각과 의견 표현을 억제하는 제도적 문제
둘째, 동일한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표준 테스트로 평가함으로써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배제하고 학생들이 표준화된 답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만드는 획일성 문제
셋째, 학교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보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침으로써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주어진 정보를 독립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하는 문제
넷째, 학생들에게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대신 학생들에게 어떤 정보를 언제,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을 주도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방해하는 자기 주도 학습의 부족 문제
결론적으로 세상의 공교육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재 양성에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원래부터 공교육의 탄생 배경과 목적이 너무나도 분명하고 확고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치가들이 교육 개혁을 외쳐 본들 존 테일러 개토가 문제 삼은 현대 교육 시스템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다만 교육 과정 개정이니 교육 개혁이니 하면서 마치 개선되고 있는 것마냥 대중을 속이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속임수가 수십 년 동안 아무런 제지 없이 수용되고 용인되는 이유는 역시 공립학교 설립 목적에 맞게 잘 훈련받고 교육받은 부모 세대들이 그들의 든든한 지지층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다음 글은 [교육 논평] 귀하의 자녀는 어떤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까?(2)에서 이어집니다.
*글쓴이 : 강재훈(서울크리스찬중고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