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해보고 싶어요.”
학습코칭 시에 코치가 주로 하게 되는 일은, 학생 스스로가 미래의 학습계획을 세우고
과거의 학습기록을 점검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특별히,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않거나 지표를 세울 수 없는(수치화를 할 수 없는) 경우, 코칭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요청을 받았을 때에는 코치로서 매우 난감합니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성미에 맞지 않거나 회의감이 드는 학생의 경우에는
한 주쯤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 때와 계획을 세웠을 때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한 학생에게 “구체적 목표는 세우지 않는 대신, 기록만큼은
기존에 하던 대로 철저히 해와 보자."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분명
했습니다. 이 학생은 본래 한 주에 성경을 평균 22.7장 읽었으나 계획을 세우지 않고
막연히 “성경을 읽어야겠다."라고 생각만 했을 때에는 18장밖에 읽지 못했습니다.
이 학생은 원래 한 주에 평균 5시간 28분가량 자기주도 학습을 실행했었는데, 목표를
세우지 않자 자기주도 학습 시간이 5시간가량 줄어든 30분으로 측정되었습니다.
독서량은 1.5권가량 증가했으나, 성경과 학습시간의 감소분에 상응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스스로가 생각했습니다.
이 학생은 시간 개념이 막연해지자 미루려는 심리가 발동했다고 스스로 인정했고,
결국 한 주 만에 구체적인 목표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시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는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복귀한 일상에서 성경과 학습량은 각각 평균보다
30%, 20%가량 증가했습니다(독서량은 30%가량 감소했지만, 이는 이전 주의 과도했던
독서량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숙사생이던 학생이 집에 다녀오면서 실제적
으로 야간자율학습 시간과 주말 시간 사용에 타격을 받았던 것까지 감안하여 생각해
보면 대단한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코칭 시에 중요한 것은 코칭 프로그램 자체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코칭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참여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코치는 학생을
다그친다거나, 애를 써서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객관적인 데이터만 수집해도
충분합니다. 학생 스스로가 여러 가지 학습 전략을 시도해 보고 그중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코치의 역할입니다. 만일 “안 돼, 싫더라도 어쨌든
계획은 세워야 해.”라고 학생을 다그쳤다면 애당초에 코칭 전략적인 접근이 아니게
되는 것이며, 학생의 향상심 또한 약화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 글쓴이 : 손주영 (G2B 담당 코치)